[1971년 6월 29일 화요일 / 동아일보 제7면]


'어린이 악서(惡書) 추방' 대회
아동도서 보급협, 화형식도


전국 어린이만화 대본업자들의 모임인 한국아동도서보급협회(회장 정진)는 29일 오전 10시 서울 남산야외음악당에서 회원 및 여성단체 대표 등 300여명이 모인 가운데 '어린이 악서 추방대회'를 갖고 저질만화작가 악덕만화출판사에 대한 화형식과 함께 불량만화 5백여권을 태웠다.
이들은 ①요즘 출판되고 있는 만화들이 어린이들의 건전한 정서발달을 해치는 탐정모험만화가 대부분이며 ②흉악하고 어두운 면만을 과장묘사하는가 하면 ③맞춤법 띄어쓰기 등이 제대로 안 돼 있으며 ④색채배합 인쇄 등이 나쁘다고 지적, 하루속히 이들 불량만화를 추방 어린이들이 건전하게 자라도록 하자고 강조했다.



[1972년 2월 1일 화요일 / 동아일보 제7면]


"만화에선 죽었다가도 살아난다" 흉내내던 국민학생 목매어숨져
평소에도 가게나가 탐독 가족들말


31일 오후 5시 15분경 서울 성동구 하왕십리동 34의13호 정계수씨(39·상업)의 장남 병섭군(12·신설국교6년)이 안방 높이 1.5m되는 나무선반에 나일론목도리로 목을매고 죽어있는것을 정군의 누나 애자양(15)이 발견, 경찰에 신고했다.
가족들에 의하면 정군은 평소 만화를 탐독하고 만화의 주인공흉내를 잘내는등 장난이 심했는데 이날도 만화가게에서 만화를 보고온후 누나 애자양에게 "만화는 사람이 죽었다가도 살아나더라, 나도 한번 죽었다 살아날 수 있는지 시험해 보고싶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경찰은 애자양이 부엌에서 저녁밥을 짓고있을때 정군이 혼자 방안에 남아 목매달아 죽는 자살흉내를 내다가 아주 숨져 버린것으로 보고있다.


[1972년 2월 2일 수요일 / 동아일보 제3면]


〔사설〕불량만화가빚은 비극


1일부터 국민학교가 개학이 됐다. 긴 겨울방학이 끝나고 개학이 되는 날 공교롭게도 서울시내에서는 하나의 슬픈 소식이 전해졌다. 한 국민학교 어린이가 만화를 흉내내다가 목숨을 잃은 것이다. 이 어린이는 만화책에 죽었다가 되살아나는 장면이 있는것을 읽고 그것을 본떠 목을 맷다가 그만 목숨을 잃고 말았다는 것이다.
이 소식을 전해들은 사람치고 혀를 차지 않은 사람이 없었을 것이고 가슴아파하지않은 사람이 없었을 것이다.
참으로 믿기 어려운 일이며 거짓말같은 소식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어른들이 믿기 어려울만큼 거짓말을 거짓말로 알지 못하고 행동을 하는 것이 어린이들의 세계고 보면 이는 실로 중대한 일이 아닐 수 없고 결코 소홀히 봐 넘겨서는 안될 문제라는것을 깨닫게 된다.
무엇보다 이에는 일차적 책임이 이런 따위의 허무맹랑한 만화를 읽게 내버려두고 또 읽은 만화를 그대로 흉내내어 끝내 죽음을 불러올 정도로까지 자기의 자식을 방임한 부모들한테 있다는것을 말하지 않을 수 없고 그보다 더 근원적인 책임은 그러한 불건전한 내용의 만화책을 예사로 만들어 팔아온 악덕출판업에 있다는것을 지적하지 않으면 안되겠다.
어린이들은 너나할것없이 만화를 즐겨읽는다. 1년에 출판되는 약8천종의 출판물가운데 만화가 60% 5천3백여종이 출판되고 있는 사실이 이를 입증하고 있으며 서울시내에서만 자그마치 1천7백여군데의 만화가게가 있고 이 만화가게들이 내내 어린이들로 성황을 이루고 있다는 사실이 또한 어린이들이 얼마나 만화를 좋아하고 있는가를 웅변으로 증명해 주고 있다.
어린이들이 만화를 좋아하고 만화책을 즐겨 읽은것이 나쁘다는 것이 아니다. 만화는 단점도 가지고있지만 오히려 독서입문기 어린이들에게 책을 읽는 재미와 습관을 길러줄 수 있고 풍부한 상상력을 길러주어 창조력을 촉발케하며 권선징악사상을 고취시켜 정의감과 착한 인간상을 기르는 일 외에도 선인들의 슬기로운 정신과 업적을 심어줌으로써 이를 본받게하는 등의 다방면에 걸친 장점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어린이들이 어떠한 만화를 읽고있고 또 그토록 많이 쏟아져나오고있는 만화책들이 과연 어떠한 내용을 담고 있는가에 문제가 있다.
대다수의 만화책이 허무맹랑한 것이거나 황당무계한 내용의 것이고 터무니없이 격정(激情)과 잔인성을 노출시킨 것이며 앞서말한 장점들은 하나도 찾아볼 수 없는 저속하고도 치졸한 내용의 것들이어서 어린이들한테도 도움을 주기는커녕 반대로 헤아릴 수 없는 해독을 끼치고 있는 것으로 지적을 받아오고 있다.
어린이들이 깜짝 놀랄 거친 의음어(擬音語)를 서슴지않고 쓰는것도 어쩌면 이런류의 불량만화 탓이라고 할수가있고 어린이들이 겁도없이 위험한 장난을 곧잘 하며 들어서 얼굴이 붉허지거나 이맛살이 찌푸려지는 유행어 등을 거침없이 쓰고 있는 것도 불량만화에서 얼마간은 익히고 배운 것이라고 할수가 있다. 언제까지 이런 불량만화가 나도는 것을 모르는 체하고 또 철없는 어린이들을 그러한 불량만화의 해독에다 무작정 내맡겨둘것인가.
이는 적용법규가 애매하다고 해서 단속이나 취체를 소홀히 할 수 없는 일이며 귀찮고 성가신 일이라고 해서 아무 만화나 읽도록 방임해 둘 수는 없는 일인줄 믿는다.
우선 화가는 나쁜만화를 그리지 말 것이고 출판업자들은 자신들의 자녀를 생각해서라도 어린이들한테 해가되는 만화책을 출판하지 말 것이며 관계당국은 관계당국대로 악덕출판업자들의 색출과 불량만화의 색출에 좀더 적극적으로 나서주어야겠다.
TV방송국은 경쟁에만 힘을 쓰지말고 만화영화를 방영하는데있어 프로의 엄선에 주안이 두어져야 할 것이고 부모들은 아이들한테 좋은만화를 골라주고 나쁜만화는 읽지 못하도록 보살핌이 있어야 할 것이며 교사들 또한 어린이들한테 만화의 해독을 일깨워주고 불량만화를 추방하는 일에 좀더 힘을 기울여주는 성의가 수반돼야겠다.
불량만화로해서 이번과 같은 어처구니없는 비극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기성사회의 반성이 있어야겠다는 것을 거듭 강조해 마지않는다.


[1972년 2월 2일 수요일 / 동아일보 제6면]


「죽음」까지몰고온 「불량만화」실태와 문제점
허황한내용 연일 수십종씩 쏟아져
강제성없는 윤리위심사… 불량출판사의 해적판이 고질


불량만화의 해독은 한어린이의 목숨마저 앗아가는 무서운 결과를 빚었다. 서울 신설국민학교6년 정병섭군(12)은 지난달 31일 "만화에선 죽었다가도 살아난다"며 만화흉내를 낸다고 나무선반에 목을매었다 숨지고 말았다. 요즘 어린이들의 말과 행동은 만화에서 배운대로 범죄성향의 서툰 제스처까지 닮아가고있는 것이다. 어린이들이 무슨 만화책을 보고 어떤 환상의 굴레를 맴돌고 있는지 어른들은 알지 못한다. 침침한 만화가게 한구석에서 온종일 알록달록한 책 속에 빠져있노라면 꿈 또한 오색으로 아롱져 '사각(四角)의 정글'을 주름잡는 '타이거 마스크'가 되었다가는 무적(無敵)의 우주소년 '아텀'인채로 끝없이 하늘을 날기도 한다. 그러나 황금갑옷입고 백마탄 '정의의 왕자'는 요즈음 세상이 있지도 않다는 것을 어린이들은 잘 알기 때문에 꿈과 호기심은 차라리 어두운 뒷골목의 왕자쪽으로 치닫는다. 활극이나 공상만화속에 펼쳐지는대로 만능의 무법자 흉내를 내다보면 자신도 모르는 새 범죄수법이나 불량행위를 익혀가는 '무서운 아이'로 변질되기도 하는 것이다. 〈정구종 기자〉'




'뱀파이어'라는 만화가 있다. 책의 첫머리에는 "일본 '아끼다'서점과 독점전재계약"이라고 밝혀놓고 내용은 서울 번화가에서 소년이 짐승으로 둔갑하는 해괴한 만화다. 이 만화에서 괴기과학을 연구하는 '고명철박사'는 "인간이 짐승들의 자유스러운 생활을 그리워하다보면 언젠가는 짐승으로 변한다"고 주장, 이 주장을 뒷받침하기위해 어느날밤 한 소년이 들개로 변한 모습을 보여준다.
그리고는 "고명철박사의 주장은 틀린것이 아니었다"고 마치 이같은 둔갑법이 있을수 있고 또한 바로 서울시내에서 있었던 일처럼 그리고있다. 또 태백산속의 어느 마을에선 소금을 만져도 짐승이되고 고무타는냄새를 맡다가 괴물이 된 사람이 있다면서 "이것은 사람들마다 각각다른 알레르기성 체질때문"이라는 학설을 내세워 기정사실처럼 설명하고 있다.
중국 무협소설을 본딴 '무사의 길'(이기화 지음)에서는 불화살을 수십개씩 쏠수있는 무사와 장풍(掌風)을 쓰는 중과의 무술싸움이 벌어져 중은 손바람 한번에 3,4명씩 죽이고 회오리바람속에 사라진다.
'철인 삼국지'에서는 철로 만든 사람이 하늘을 날고 죽었던 장비(張飛)가 되살아나기도한다.
'요괴인간'에서는 철탑에 나타나는 해골귀신이 도깨비불이 되어 동네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가다가 결국 죽고 마는데 책 끝머리에 "이 사실은 말없는 이 철탑과 저 달만이 알겠지. 사람들은 제나름대로의 판단으로 하나의 전설을 만들어 버리겠지"하면서 알쏭달쏭한 여운을 남겨놓았다.
이러한 만화들을 모두 불량만화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자칫하다간 어린이들에게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는 만화들이 매일 수만권씩 쏟아져 나오고 있으나 이에 대한 단속은 거의 무방비상태다.
현재 우리나라의 아동만화작가는 약 200명. 이들이 3,4개 출판사를 통해 내놓는 만화는 하루평균 30종. 1종당 2천부 정도를 인쇄해서 80%가량이 팔린다고하니 한달에 1백만부 이상의 만화책이 전국 1만여 만화가게(서울은 1천3백여곳)로 흘러들고있다.
그러나 월간 소년지, 일간 소년지와 종로5가의 대학천시장안 소위 지하출판까지 합치면 수자는 훨씬 늘어나며 최근 붐을 이루는 텔레비존 만화까□ 겹쳐 동심(童心)은 만화공해에 멍들기 쉽다.
범람하는 만화의 독소조항을 제거하는 유일한 기능이 원고의 사전심의. 68년 8월 한국도서잡지윤리위원회가 발족되면서 만화가협회에 가입돼 있는 1백6십여명의 작가들과 출판사는 자율적으로 원고의 사전심의를 이 윤리위에서 의뢰하고있다.
윤리위 만화심의분과는 어린이들에게 지나친 호기심이나 자극을 주는 내용배제 과학적근거없는 공상소설규제 등 5개항목의 윤리기준과 철자법 그림자체등을 심사해서 원고수정 폐기등의 조치를내려 합격품을 가려내며 출판허가작품은 표지에 '한국 도서잡지윤리위의 심사를 마친책'이라는 표시를 하게돼있다.
윤리위의 심사에 대해 만화작가들은 "너무 엄격한 심사규정때문에 창작활동이 크게 위축될 정도"라고 불평하고있는데반해 윤리위측은 "이쯤은 해야 불량만화가 안나온다"고 맞서고 있으나 작년 서울시경이 1만4천여권의 불량만화를 수거, 소각한 가운데 반이상이 윤리위심사를 거친 책이라는 점을 볼 때 심의과정에 어떤 결함이 있지 않나 하는 문제점을 던져준다.
그러나 최근 크게 불량성이 문제가 되는 것은 사전 심의에서 제외되는 월간소년지의 만화와 지하출판사의 덤핑만화. 윤리위의 아동만화심의담당 이호병 씨(37)는 "어린이잡지, 어린이신문의 연재물과 텔레비존 만화중에는 폐기처분해야 될 것이 공공연히 나돌고 있다"면서 이에 대한 새로운 규제가 아쉽다고 말했다.
또 일부 출판업자들은 윤리위의 사전심의가 강제규정은 아니라면서 멋대로 만화를 출판하고 있는데 최근 윤리위측은 이들 출판사의 만화 20종을 수거, 심의한 결과 70%가 불합격품이었다고 밝혔다.
대학천 시장안의 10여곳으로 추산되는 지하출판사의 경우 값싼 원고료에 제작비도 덜 먹히고 책 내용도 어린이들의 호기심과 집착을 강요하는 스릴러를 시리즈로 내고 있기 때문에 만화가게에서는 크게환영받고 있으며 어린이들도 더 찾는다는것이다. 내용은 물론 전혀 규제가 없다.
만화가게에서는 이같은 책들을 동대문시장에서 직접 구입하거나 보따리장수들로부터 정기적으로 배급받아 어린이들의 코묻은 10원에 네권, 여섯권씩 보여주고 있다.
윤리위는 이 해적판 불량만화를 작년에 17종 압수, 이들 무허가 출판사의 처벌을 문공부출판과와 치안국에 요청했으나 아무런 회답이 없었다는 것이다.
경찰은 불량만화의 출판을 규제할 단속법규가 없어 손을 못 대고 있으며 돈을 받고 텔레비존을 보여주는 행위에 대해서만 공연법위반으로 단속하고 있으나 작년 단속실적은 10건미만이다.
최근 아동만화 출판업계는 일부에서 페이지수를 줄인 값싼 만화출판을 서둘고있는데 대해 크게 위축을 느끼고 있으며 4년전 덤핑시대와 같은 저질만화범람의 재판(再版)이 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상록문고의 이종세 사장(43)은 "당국이 페이지수를 늘리고 값을 올리는 등의 강제규정을 두어 겨우 만화출판업계를 정화시켜놓고는 다시 종전대로 환원하는 정책을 쓴다면 불량저질만화의 근절은 기대할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각계의 소리
"법적규제·학교도서관 확충을"


▲이요섭 씨(아동문학가) =어린이가 만화를 좋아하는 것은 어른들이 영화를 좋아하는 몇배이상의 호기심과 마력에 끌리는 어쩔수 없는 현상이다. 따라서 이들 어린이들이 읽는다는 것을 전제로 내용에 대한 정화작용이 계속되어야 할 것이며 만화읽기에서 차차 아름다운 세계아동명작을 읽는 방향으로 독서지도를 해야한다.
가장 좋은 방법은 좋은 만화영화를 만들어 보여주는 것이겠으나 현실적으로 어려우니 학교나 가정에서 만화보다는 쉬운 명작소설을 읽도록하는 습관을 길러줌으로써 어린이들이 만화에서 입은 해독을 제거시켜 주어야 할 것이다.


▲이상금 교수(이대사대) =만화에서는 죽었다가도 깨어난다는 주인공의 흉내를 내다 죽은 정군이 나이가 12세라면 공상이나 상상의 세계에서도 어느정도 탈피할 때도 됐는데 이같은 일을 저지른것은 다른 독서를 하지않고 만화속에서만 묻혀살다보니 정신세계가 그 영역에서 벗어나지 못한것같다.
평소에 가정환경이 구차했다고하니 이같이 불만족스러운 현실을 만화의 주인공처럼 전지전능의 공상세계에서 만족시키려는 충동이 일어나는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현실을 토대로 일반적 상식에 바탕을 둔 만화제작이 아쉽다.


▲박희순 여인(42·가정주부) =중학 무시험제가 되니 공부는 않고 밤낮으로 만화가게에 처박혀사는애들을 가끔 현장에서 데려오곤 하는데 만화가게라는 것이 환경이 더럽고 공기가 탁해서 어린애의 건강까지 해치지 않을지 걱정이다.
더구나 온갖 애들이 다 모여 붐비니 좋지 않은 일에 물들기 쉬울 것 같다. 왜 학교에서는 어린이 도서관을 활용해서 좋은책을 읽히지 않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전용신 교수(고려대·심리학) =어린이들이 만화를 보고 그 내용을 모방하려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공중을 날거나 손바닥바람으로 사람을 죽이는 등의 초인적인 얘기가 성인들에게는 유쾌한 흥미거리에 그치겠지만 어린이는 호기심에서 그흉내를 내려든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작가들이 허황된 내용을 그리지 못하도록 하고 출판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적 규제가 마련되어야할것이다.


▲이필승 씨(31·아동만화작가) =같이 아동만화를 창작하는 작가 중에서 국적불명의 작품이나 어린이들의 흥미에 너무 영합한 작품들을 가끔 볼 수 있는데 작가자신이 제작태도를 스스로 반성해야 할 점이 많은 것으로 안다.
또 만화작가에 대한 처우개선도 아동만화의 질적향상을 위한 하나의 방안이 될 수있을 것이다.


[1972년 2월 3일 목요일 / 동아일보 제6면]


불량만화 2만권 압수
대본업소 일제단속
TV놓아 유혹한 70명 즉심에


불량만화의 해독이 크게 사회문제화되자 2일밤 서울시경은 시내 만화대본업소 1천3백6십개소에 대한 일제단속에 나서 3일오전 현재 5백17개소를 수색, 무등록 출판사에서 나왔거나 윤리위원회의 심의 필증이 없는것 또는 책이 낡아 어린이 시력장애의 우려가 있는 것 등의 불량만화 2만4백4십여권을 수거, 모두 불태우기로 했다.


서울시경, 우량만화 전시실 설치키로


경찰은 또 이들 5백17개 대본업소 가운데 하룻저녁에 10원내지 20원씩을 받고 텔레비존을 보여주거나 불결한 만화가게에서 떡볶기 또뽑기 등 비위생적인 음식물을 판 1백4개 업소를 적발, 돈을 받고 텔레비존을 보여준 서울 영등포구 봉천3동 오뚜기만화가게주인 김남숙 여인(39) 등 70명을 공연법위반 혐의로, 떡볶기를 판 서울 동대문구 제기동 288 만화가게주인 유명자 여인(24) 등 34명을 식품위생법위반 혐의로 각각 즉심에 회부했다.
경찰은 이같은 단속과 함께 시경 안에 우량만화 전시실을 설치, 각종 만화를 자체분석하고 불량만화 의견청취위원회를 구성하며 각 경찰서별로 관내에 어린이도서관을 설치할 계획도 세우고 있다.
서울시경은 또 불량만화에 대한 단속법규가 없어 '출판사 및 인쇄소의 등록에 관한 법률'에다 만화내용심의기관을 법정기관으로 규정하거나 아동복리법에 아동도서관 시설장화를 규정토록 하는 등의 관계법규를 마련해줄 것을 당국에 건의할 방침이다.


한국부인회, 추방캠페인 펴기로


속보=만화흉내를 내가 숨진 정병섭군 사건에 충격을 받은 한국부인회(회장 임영신)는 2일 오후 긴급간부회의를 열고 전국적인 불량만화 추방운동을 벌이기로 했다.
또한 이날 회의에서는 불량만화가 시중에 나돌지 않도록 관계기관에 대해서도 협조를 호소하는 건의문을 내기로 결의했다.


"불량만화 보지말자" 신설동국민교생 궐기


3일 신설동국민학교 어린이대표 100여명은 교내에서 '나쁜만화를 보지말자'는 플래카드를 들고 불량만화 100여권을 불태우고 이날부터 전국의 100만 어린이들에게 '나쁜만화 안보기' 운동을 벌이자고 호소했다.




[1972년 2월 18일 / 동아일보 5면]


〔서사여화(書舍餘話)〕만화 세계 - 서봉연〈서울대 전강·심리학〉


얼마전에 정모라는 국민학교 졸업반 아동이 만화속에서 죽었다가 살아나는 흉내를 내보려다가 그만 영영 불귀의 길을 가고 말았다고 한다. 그때 도하(都下) 유수 신문의 사설을 비롯해서 각계각층에서 불량만화를 일제히 규탄해댔다. 이에 관한 기사를 유심히 읽으면서 나는 몇가지 회의를 느꼈다.
그중의 하나는 어쩌면 모두가 그렇게 일을 단순하게 보는가 하는 점이었다. 다시 말하면 피상적이고 상동적(常同的)인 사고방식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매스콤이 그 아이의 사인이 만화에 있었다고 보도하니 모두가 그렇게만 생각했다. 그래서 그 아이의 죽음이 '오로지' 만화의 모방행위로만 떠들어댔다. 그러나 이상한 것은 인간의 행동이란 그렇게 간단하게 한가지 원인이나 동기에 의해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닌즉 어째서 꼭 그렇게만 생각할 수 있을까.
이미 죽어 말이 없는 그를 두고 이제 새삼스레 그의 사인에 관해서 수사관도 아닌 필자가 길게 왈가왈부할 생각은 없으나 다만 여기서 지적하고 싶은 것은 너무나도 일을 '얄삽하게' 다루는 매스콤의 태도와 그 얄삽한 '매스콤적' 견해에 약간의 회의나 이견도 없이 그렇게도 쉽게 대중의 사고가 휘말려가느냐 하는 것이다. 이런 것도 또한 늘 당하고 있는 일방적 주입식 하달의 훈련 덕일까. 그렇지 않으면 원래 사고의 자율성이 약한 탓일까.
어쨌든 또하나 기이하게 느낀 것은 요즘 사람들의 신경은 어떻게 생겼길래 이처럼 끔찍스런 사건이 벌어지지 않고서는 마땅히 미리 생각하고 대처해야 할 문제들에 대해서 일고의 념(念)도 하지 않는가 하는 점이다. 아동들의 독서물이란 그들의 정신세계를 좌우하는 것인즉 청소년의 교육을 논하는 마당에서는 응당 이에 대한 신중한 배려가 있어야 할 것은 다언(多言)을 요(要)치 않는다.
필자는 벌써 몇해전 일이기는 하나 초중고생의 독서경향조사를 한 적이 있는데 그때 보니 발달이 저수준일수록 만화를 많이 보고 있고 이것을 이웃나라와 비교해 보니 우리나라 학생은 중학교 1학년까지도 일본의 국민학교 4학년만큼이나 많이 만화를 보고 있었다. 만화를 읽는다는것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나 독서물로서의 만화의 제한성과 일반만화의 저질성을 감안하여 그때도 아동들의 독서지도와 독서물의 질적 개선을 건의한 적이 있다. 이러한 건의는 필자뿐만 아니라 여러 학자 혹은 뜻있는 관계자들이 기회있을 때마다 안하는 것도 아니나 그건 실상 공허의 메아리였다.
이제 정군의 사건으로 한때 여론이 비등하였으나 얼마 지나면 또 '원상회복'이 된다. 숱한 부정부패의 캠페인이 한때의 센세이숀으로 그친 것처럼. 이와 같이 해서 우리들은 사건을 당해서 그것의 교훈을 축적하지 못하였기에 아직도 해방 직후의 문제들을 숙제로 갖고 있는 일들이 많다.
불량만화를 아무리 '공부'해도 남는 것이 없는 것처럼 아무리 떠들어대도 개선되는 것이 없다면, 어른들도 사건을 보는 것이 만화를 보는 것 이상의 것은 아닌 모양이다.